[두산베어스] 오재원 지각사태 : 이것도 야구의 일부다.
2020년 6월 21일 두산과 LG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습니다.
오재원 선수가 5회 2사 1, 2루 상황에서 이유찬의 자리에 대타로 교체되어 출전해야 했으나, 대략 3분이 지난 후에 타석에 나타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결과는 삼진으로 끝나면서, 오히려 대타카드가 무위로 끝나고 말았는데요. 경기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나 각종 기사를 통해 오재원에 대한 비판성 기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물론 댓글을 보면 오재원이 지각 출전에 대해 옹호하는 글도 있고 비난하는 글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재원 지각사태는 비상식적이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폄하하는 타종목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 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축구 경기 중에 선수가 늦게 나와서 선수 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할 일도 없고, 선수가 교체되지 못했다고 해서 경기를 중단시키면서 선수를 기다리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야구는 야구만의 특성이 있습니다.
야구는 타석에 타자가 자리잡은 후, 투수의 투구에 의해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야구는 시간을 정해놓고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규정된 이닝(또는 아웃카운트)을 마무리해야 경기가 종료됩니다. 그래서 오재원 선수가 3분이나 지각했지만 심판은 기다려주었던 것이죠.
당시 이닝이 5회였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도 선발로 출전하면 5회 또는 6회는 기회를 주고 7회 이후 박빙의 상황이 오면 대타자,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 교체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재원 선수의 지각 사태가 만약 7회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면 지금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오재원 선수는 '5회에 대타로 나갈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더그아웃을 비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이후 오재원 선수는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혹자는 일부러 삼진을 당했다는 표현을 하던데, 사실 여부는 오재원 선수만 알겠지만 중계화면을 보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공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오재원 선수가 삼진이 아니라 타점을 올렸다면, 진짜 라이벌 관계의 두 팀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재원은 삼진을 당하면서 LG는 위기에서 벗어났고, 역설적으로 두산은 7회 이후에 투입할 강력한 대타요원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경기는 안타깝게도 두산의 승리로 끝났지만, 오재원의 지각사태만 놓고 보면 LG가 손해 본 것은 크게 없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오재원이 LG에 따로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몇몇 기사에서는 마치 다음 경기에서 오재원에게 보복구를 던져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기자들도 존재하네요. 이러한 보복구를 유도하는 기사는 오히려 야구를 야구답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재원 선수의 잘못은 잘못으로 인정하고,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팀 내부적으로 정비를 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KBO 차원에서도 규정을 만들 필요는 있겠지만, 아직 어떠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보복을 시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대안일 뿐입니다.